전북 전주 완산구 풍남문 광장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분향소다. 참사 초기엔 전국 곳곳에 분향소가 설치됐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지역에 남은 분향소는 이곳이 유일하다. 이 공간을 10년 동안 지켜온 이병무(56)씨를 지난 3월 14일 만났다. 그는 "세월호 참사는 국가에 의해 희생된 사건"이라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활동을 지금까지 하는 것뿐"이라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 8주기가 지났을 즈음 이곳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옆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분향소가 생긴 것. 이태원 분향소를 지키는 양지숙(57)씨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 중에는 전북 사람도 10명 있다. 이를 잘 모르는 시민들이 '이태원에서 일어난 일인데 왜 전주에 분향소가 있냐'고 물을 때가 있다"며 "설명을 해드리면 울컥해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최근 계속되는 분향소 이전 요구로 고민하고 있다. 이씨는 "전주시가 '실내 기억 공간을 마련할 테니 그리로 (장소를) 옮기라, 그렇지 않으면 철거하겠다'고 이야기했고 나중에는 저희도 그 제안을 수용하기로 해서 용도, 규모, 위치 등을 정리한 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전주시가 2022년 12월에 돌연 '자기들이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입장을 바꿔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나란히 선 두 분향소는 오늘도 고뇌하고 있다. - 전북 전주 세월호·이태원 분향소 지킴이 이병무(56), 양지숙(57)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