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끝자락에 있는 팽목항(현 진도항)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맹골수도와 가장 가까운 항구다. 참사 당시 이곳은 한시라도 빨리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이들로 가득했다. 얼마 후엔 꺼진 생명이라도 하루빨리 만나고 싶은 장소가 됐고, 더 시간이 지나선 기다림이 일상이 된 공간이 되고 말았다. 진도항으로 이름이 바뀐 이곳에서 '팽목기억관'은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단단히 붙들고 있다. 참사 10주기를 앞둔 2024년 3월 13일, 컨테이너박스로 된 기억관 미닫이문을 열자 향냄새 사이로 희생자들의 사진이 보였다. 방명록엔 전국에서 온 추모객의 메시지가 빼곡히 담겨 있었다. 몇 해 전부터 단원고 희생자 부모들은 매주 두 명씩 짝을 지어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이곳을 지킨다. 이날 민지 아빠 김내근씨와 은지 아빠 한홍덕씨를 만났다. 두 아버지는 "아이들을 맞이했던 중요한 공간을 지키기 위해, 진도군에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을 요구하기 위해 팽목에 있다"고 했다. 누군가 찾아와 참사에 관해 물으면 커피나 과일, 식사를 내어주며 참사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게 이들에게 일상이 됐다.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어요. 저희가 가는 길을 지지하고 동참해 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일상을 살아가면서 세월호 참사와 멀어지신 분들도 꽤 많죠. 그런 분들에게 '지금도 세월호 가족들이 이렇게 싸우고 있다'는 소식을 알리고, 또 그분들이 저희 소식을 들으며 다시 한번 참사를 생각할 수 있길 바라요." - 김내근(고 김민지 학생 아버지) "팽목항을 지키다 보면 가끔씩 '세월호 참사 아직도 안 끝났나요?'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셔요. 그런 분들에게 '아직 안 끝났다'고 설명해드리면 '아직 침몰 원인도 모르는 거네요', '수고하십니다'라는 격려와 응원이 돌아오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정말 고마워요." - 한홍덕(고 한은지 학생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