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을 닮은 학생들 웃음소리 사이로 세월호 참사의 흔적들이 눈에 띄었다. 단원고등학교로 향하는 평범했던 등굣길은 참사 후 '소중한 생명길 : 학교 가는 길'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 10주기를 앞두고 2024년 3월 18일 찾은 학교 입구 교명 표지판엔 누군가 그린 노란 리본이 자리하고 있었다. 분리수거장과 본관 복도에는 노란 리본을 단 채 환하게 웃고 있는, 그리고 어깨동무를 한 학생들의 모습이 벽화로 새겨져 있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은 도서관에선 '세월호 특별서가'가 눈에 띄었다. 학교 내 개방형 공간인 시나브로(사회적 협동조합) 2층의 나무엔 세월호 유가족부터 마을주민까지 다양한 이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로 가득했다.



"권순범, 단원고에 왔어. 보고 있니? 보고 싶다." "동수야, 엄마 학교에 왔다. 너의 이쁜 기억, 추억 잘 보고 간직하고 갈게. 사랑한다." "단원고만큼은 세월호를 꼭 기억해 주길." 점심시간이 되자 여느 고등학교처럼 누군 서로 팔짱을 낀 채 웃음꽃 가득한 수다를 떨었고, 누군 교복 조끼를 벗어 던진 채 공을 차기 시작했다. 그러한 풍경 뒤로 고래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단원고 희생자 261명을 등에 지고 하늘로 오르는 노란 고래였다. 이곳에서 10년 전 숨진 이들과 같은 교복을 입은 두 학생을 만났다. 학생회장·부회장을 맡고 있는 탁지훈·문형찬 학생이었다. 이들은 입을 모아 "단원고 학생이 된 지금, 세월호 참사가 오랫동안 잊히지 않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국가가 안전을 위해 힘써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10년간 싸워온 유가족 분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습니다. 올해 10주기인 만큼 저 또한 단원고 학생으로서 더 기억하고 추모하겠습니다." - 탁지훈 학생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학교가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곳이 됐으면 합니다." - 문형찬 학생